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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킨제이 보고서'
이름 : 박병대비뇨기과
1948년, 10년간의 연구 결과를 엮어 만든 '남성의 성적 행동' 이라는 책이 출판되었을 때, 보수적인 미국인들과 학자들은 분노와 충격을 받았다. 하버드에서 학위를 받은 동물분류학자 알프레드 킨제이는 하룻밤 사이에 유명한 인물이 되었다.

17,000회 이상 일대일 면담을 하여 만든 이 책은 온갖 도표로 이루어진 딱딱한 통계에 불과하였지만 25만 부 이상 출판되었고 12개국 이상에서 번역되었다.

5년 후인 1953년에 발표된 '여성의 성적 행동' 은 훨씬 더 자세한 연구서였지만 의회와 언론으로부터 심한 비판을 받게 되었고, 결국 록펠러 연구재단에서는 연구비 지원마저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언론과 싸우면서 연구비를 다시 받아내려 노력하던 킨제이는 그로부터 2년 후, 과로로 사망하였다.

출간된 지 이미 50년이 다 되어가지만 '킨제이 보고서'는 아직도 가장 많이 인용되고 있으며, 가장 정확한 성보고서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책에 수록된 내용은 혼외정사, 동성애, 자위, 매춘 등에 대한 통계를 정확하게 제시해놓은 것으로, 당시까지 거의 금기시해 오던 주제였다.

1940년대의 보수적인 미국 사회에서는 여성이 성에 대해 흥미를 느낀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성은 단지 생식을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었지 즐거움이나 기쁨의 대상은 아니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킨제이 보고서' 의 내용은 여성들이 성에 대해서 관심이 있다는 것이었다. 더구나 여성이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다는 것뿐만 아니라 반 이상의 미국 여성이 결혼할 당시에 처녀가 아니었고, 더구나 4분의 1이나 되는 가정주부들이 혼외정사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고 발표하였다. 또한 37%의 남성 (여성은 19%) 은 사춘기와 성인이 되는 과정에서 적어도 한 번은 오르가슴을 느끼는 동성연애의 경험이 있다고 보고하였다.

그 이후 40여 년이 지나면서 급격하게 진행된 성해방으로 여성의 자위 빈도라든지 혼외정사의 빈도가 급격히 올라간 것이 변화라면 변화이다. 사정조절 능력에 대한 기술도 성에 대한 인식이 발달하면서 많이 달라졌다. 1940년대의 킨제이 조사 때만 하여도 결혼한 부부의 4분의 3이 삽입 후 2분 안에 사정을 한다고 하였는데, 현재는 보통의 서구인이 평균 10분 정도를 간다. 그만큼 짧은 시간 안에 성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과 기술이 급격하게 변하였다는 뜻이다.

'킨제이 보고서' 는 통계적으로 다소 문제가 있다는 비판도 받는다. 하지만 그 동안 발표되었던 '레드북 보고서' '하이테 보고서' '제너스 보고서' 그리고 2년 전 시카고 대학팀이 발표하여 킨제이 보고서를 능가하는 전국적인 보고서라는 타임즈의 찬사를 받은 '미국인의 성(Sex in America)' 이라는 보고서도 그렇게 정확한 보고서는 아니다.

아직까지 '킨제이 보고서' 를 능가할 만큼 광범위하고 정확한 보고서는 없다. 더구나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던 시기에 나온 보고이다. 성에 대한 중요한 책들이 거의 번역되어 있지 않은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어떤 도서관이나 병원에서도 '킨제이 보고서' 의 영어판조차 구하기 힘들다. 이것이 우리나라 성의학의 현재 모습이다.

등록일 : 2003-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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